하늘노래 세상 이야기

dalraran.egloos.com


포토로그


잡아야 산다(2016): 안 봐야 사는 영화. 영화

이번 영화는 2016년 1월 개봉작 '잡아야 산다'입니다. 네이버 리뷰에 "영화 포스터가 표절인 것 같다"는 고발이 있었지만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됐어요. 표절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영화가 망했거든요. 총체적 난국입니다.

뭘 '잡아야' 산다는 건지 영화를 보는 내내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그보다도 더 이해가 안 가는 건 '이렇게 흥행 포인트가 없는 영화는 처음'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태임 때문에 (나중에 리뷰할 테지만) '황제를 위하여'를 억지로 본 적이 있고,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지만) 하지원이 나온다는 기대감에 '조선 미녀 삼총사'를 무려 30분이나 참고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게 하나도 없습니다. 민망한 상업 포르노보다 더 눈둘 곳이 없는 영화란 말이죠 왜 그랬을까요.

영화의 플롯은 단순합니다. 승주(김승우)는 쌍칼이라는 이름의 조폭이에요, 정택(김정택)은 강력계 형사죠 

둘은 영화에서는 전혀 설명이 나오지 않지만 '어찌됐든' 친구지간이고. 승주가 고등학생 4명에게 뻑치기를 당해 휴대전화와 지갑을 통째로 털리면서 정택이 사건에 말려드는데 '어찌됐든' 둘이서 고등학생들을 추격하게 돼요. 정택은 그 와중에 총까지 빼았기거든요. 막무가내로 '어찌됐든' 승주와 정택은 고딩들을 쫓기 시작해요.


문제의 고딩들인데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어요, 영화를 끝까지 참고 봤는데 얘들이 왜 총과 지갑을 탈취했는지 매력적인 이야기를 못 찾았어요. 그저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그 와중에 지갑도 뺐고 휴대전화도 뺐고 총도 뺐는 것으로 정리돼버려요. 물론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범죄지만, 흔한 청춘 영화들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얘들이 탈취한 총이나 휴대전화로 굉장한 일을 벌이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밍숭맹숭하게 태연하게 달아납니다. 아니 달아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긴박감 따위 전혀 없거든요. 그래도 클리셰를 따라 화끈한 추격전 하나 정도는 나오겠지 싶지만 걱정 마세요. 그런 건 영화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습니다. 판에 박힌 듯한 연출도 나오지 않아요. 예컨대 쫓기는 와중에 따돌리려고 계단으로 도망가다가 막다른 길에 몰리는 그런... 상식적이라 이젠 지겹기까지 한 장치조차 등장하지 않아요. 


이렇게 추격전이어야 할 영화가 물에 물 탄 듯 저질스러워지기 시작하지만 감독은 그래도 '웃겨보려는' 노력을 포기하진 않아요. 
그 이전에 개봉한 '베테랑' 같은 영화 수준의 '추격'은 잡지 못했으니 '코미디'라도 잡아야 본전은 찾는다고 생각했나봐요. 그래서 (김민경씨껜 죄송하지만) 진짜 개그맨을 데려오고 말았죠. 그리고 제가 익히 아는 코미디언 김민경씨라면 꿈에서도 짜지 않을 개그를 짜고 민경씨에게 강요합니다. 쫓다가- 물건을 던지고-그게 김민경씨 머리에 맞고-민경씨는 화를 내고, 먹성을 부리고- 주인공들은 당황하고... 안 웃겨요, 촌스럽고. 김민경씨는 무슨 사정인지 몰라도 이 영화에 나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이렇게 끝없이 튀는 영화를 구해줄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영화 끝까지 등장하지 않아요. 사실 저도 이 그림을 보고야 영화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깨달았어요. 도무지 집중해서 볼 수가 없었거든요.

정말 쓰면 쓸수록 할 말이 많은 영화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혹시나 영화를 보고서 이 글을 읽는 분이 있다면 말이죠 

승주가 휴대전화에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초장부터 알아채신 분이 있나요? 전 몰랐거든요.

영화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후반이 다 돼서야 끌어냅니다. 

시한부 불치병에 걸린 딸이 있고, 그 딸의 동영상이 휴대폰에 있다는 거요. 

이 사실이 승주와 정택과 모자란 고딩들 사이에 공유되면서 영화는 갑자기 울음을 쥐어짜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하더니, 고딩들은 그 울음 속에 죄사함을 받고 승주와 갈등 구조를 다 완결내지도 못한 채 극에서 퇴장해버려요 이 얼마나 당황스럽습니까.

그리고 나서 갑자기 '승주를 배신하는 부하'가 등장하죠. 울다가, 웃다가, 갑자기 회사의 기밀을 유출하려고 했다면서 코미디에서 누아르가 됩니다. 총격전을 벌이고, 부하를 제압하고, 너덜너덜해진 두 브라더(brother)는 허탈한 웃음으로 주저앉아 쓴웃음을 주고받고...

영화 보다가 할 말이 이렇게 많았던 적은 처음인데요.

감독님

다시는 영화 안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