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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백혈병 협상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기시감 스케치


삼성전자 백혈병 협상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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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 사업장에서 일하던 황유미(당시 22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던 삼성전자 백혈병 사태의 문제가 '사실상' 타결에 이르렀다는 뉴스를 접했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조정 3주체(반올림 등 시민단체, 삼성전자,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 재해 예방 대책을 위한 최종 합의서에 서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전현직 직원들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줄줄이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노숙까지 불사하며 9년 가까이 싸워온 끝에 얻은 합의서라 일견 환영할 만한 일이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삼성전자는 작년 8월부터 사내기금 1000억원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하기로 했고 자체 심의를 거쳐 100~150명가량과 합의를 진행하고 보상금을 지급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더 이상 보상을 받을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액면 그대로만 본다면 이 얼마나 황홀하고 자애로운 기업인가.


그러나 비틀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첫째, 삼성은 1000억원을 내놓고 '보상'을 하겠다고 했으나 내가 아는 한 언론 발표 어디에서도 "망자들은 삼성전자의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당사 측의 안전관리 소홀로 유해물질에 노출되었고, 그 유해물질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치명적인 병을 안고 죽음에 이르렀다"고 인정한 바도 없다.(혹여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면 소개해주시라.) 삼성전자는 그 이후 안전관리가 더 철저해졌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유해 물질에서 젊은 여성들이 완벽히 안전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둘째, 아직도 그에 불복하는 유가족이 남아 있다. 언론 발표에 따르면 피해자 2명의 가족과 시민단체 반올림은 삼성 측의 대응이 미흡하다며 최종 합의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관습'이라면 이 유족들은 내외적으로 어마무시한 공격에 시달릴 것이다. 리플도 예상할 수 있다. '얼마나 더 돈 욕심이 나서 그러느냐', 여러 이유로 보상금과 합의를 택한 유가족과 남은 사람들의 분열은 당연한 공식이다. 이런 생각에까지 이르면 '삼성은 정말 자애롭고 도덕적인 기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가?


이러한 도식,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한국적' 피해 보상 방식은 외연을 넓혀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상 태도에도 정확히 연결된다. 가해자 측은 '100억'이니 '1000억'이니 '재단'이니 하는 물질적 보상을 제시하며 긴싸움 끝에 곤궁한 처지에 놓인 피해자들이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끔 만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그런 한국적인 협상 방식 말이다.


나는 한국 정부가 일본의 터무니없는 협상 조건을 이토록 쉽게 받아들인 것에 '총선용'이라느니 '지지율 결집'이니 하는 상투적 해석을 덧붙이고 싶지 않다. 정부가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기저의 근본은 삼성 반도체 사건에서와 동일한 '한국적 관습'에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돈이면 굴복하겠지'라고 생각하는 천민 자본주의적 관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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